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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된 홈플러스 '가습기 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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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기자 2025-05-21 05:08

회생절차 밟으며 처리 방안 관심…

어떤 채권 되느냐로 변제율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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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피해 구제 분담금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자체 브랜드(PB) 제품인 ‘가습기 청정제’를 판매했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쟁점은 이 분담금이 회생법상 어떤 종류의 채권으로 분류되느냐다. 회생채권, 공익채권, 조세에 준하는 우선채권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변제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분담금을 둘러싼 6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① 원칙적으로 ‘회생채권’

홈플러스가 부담하는 분담금은 손해배상에 기초한 금전채권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피해가 과거에 발생했고 이를 기업이 분담금 형태로 부담하도록 법률이 정한 만큼,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성립한 채권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이 채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상 ‘회생채권’으로 분류된다.

회생채권이란 회생절차 개시 전부터 존재한 채권으로 일반 채권자와 동일하게 일정한 변제율이 적용된다. 회생계획안에서는 보통 금융권 등 채권자들에게 50~60% 수준의 변제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금도 이 범위 내에서 감액될 가능성이 있다.

② 공익채권은 전액 변제…가능성 낮아

분담금이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면 100% 전액 변제된다. 공익채권은 감액 대상이 아니다. 회생개시 이후 관리인의 행위로 발생하거나 회생절차의 진행에 필수적인 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채권자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역시 “분담금이 공익채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담금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발생했고, 관리인의 행위로 생긴 채무도 아니기 때문에 공익채권 요건(채무자회생법 제 179조)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한 회생법원 판사는 “기본적으로 공익채권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채무로, 피해 분담금처럼 과거 불법 행위에서 비롯된 채권은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③ 조세에 준하는 ‘우선채권’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기업이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국세징수의 예에 따라 체납 처분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이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140조의 ‘조세 등에 준하는 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조세 등 채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세징수의 예에 따라 징수 가능할 것 △다른 채권보다 우선 순위를 가질 것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35조는 ‘분담금과 가산금을 내지 않으면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우선 징수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이 채권이 실제로 조세 등 채권으로 인정돼 100% 변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른 회생법원 부장판사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서 우선 순위를 명시했다면 특별법으로서 의미가 있었겠지만, 제정 당시 회생 절차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④ 회생계획안 따라 전액 변제 가능성

그렇다고 분담금이 반드시 감액되는 것은 아니다. 회생채권이라도 회생계획안에서 전액 변제하기로 하면 100% 지급이 가능하다. 이는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협상에 따라 결정된다. 평등 원칙이나 공정성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는 한 법원이 이를 인가할 수 있다. 또 다른 회생법원 판사는 “재판부가 이 분담금 채권에 대해 별도의 조분류를 통해 채권자의 협상력을 보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⑤ 미확정채권, 금액은 추후 확정

현재 홈플러스 측은 분담금 채권의 금액이나 존재 자체에 대해 다투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구제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구상금 약 4억 원, 분담금 약 30억 원 등 총 34억 원 규모의 채권을 신고했으나, 홈플러스는 금액의 존부 및 범위를 두고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경우 해당 채권은 ‘미확정 채권’으로 분류되는데, 향후 조사확정재판을 통해 확정이 필요하다. 회생계획안에는 성질이 가장 유사한 채권에 준해 변제하도록 기재된다.

⑥ M&A 시 채권 승계가 원칙

회생절차 중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면 분담금 채권은 어떻게 될까. 원칙적으로 회생채권과 공익채권 모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 인수 기업이 채무를 넘겨받는 구조로, 회생계획안 및 인수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반영된다.

다만, 인적 요소가 강한 채권의 경우 승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한 회생 전문가는 “장래 채권이라도 조건부 채권의 일반적 취급 방식에 따라 처리될 가능성이 크지만, 피해 구제 분담금의 특성상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